노동부 “병원노사 동의땐 조정 추진”

파업 나흘째 자율타결 불가 판단...노조 긍정반응

보건의료노조의 병원 총파업이 주말을 넘겨 자칫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노동부가 조정에 나서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노동부는 13일 오후 김대환 장관 주재로 병원노조 파업 관련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노사 양쪽이 동의하면 교섭에 참관하면서 적극적인 조정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 10일 파업돌입 이후의 교섭상황과 병원의 진료차질 상황 등을 점검한 결과, 노사간 자율교섭에만 맡겨두면 조기타결이 어렵고, 따라서 파업 장기화에 따른 환자 불편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노동부 관계자는 “조정에 나서라도 노사 자율교섭이라는 원칙은 철저하게 지켜지도록 하면서 빨리 타결될 수 있는 여러가지 지원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가 조정자로 나서는 데 대해 노조 쪽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사용자 쪽에서는 파업돌입 이후에도 단일협상안조차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로 불성실한 교섭태도를 보여 왔는데, 이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행정지도가 없었다”며 정부의 구실을 강조했다. 노조는 정부가 조정구실을 넘어 참여할 범위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의 산별교섭의 요구안 가운데 ‘의료의 공공성 강화’나 ‘비정규직 문제 해소’ 등은 사용자와의 협약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자 쪽에서는 노동부의 조정이 “자율교섭 원칙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용자 쪽 교섭위원들은, 노동부의 개입이 지난 10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안 범위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에는 사용자 쪽 교섭태도만 질타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노조와는 달리 사용자 쪽은 병원규모와 특성에 따라 의견을 통일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교섭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주5일제 시행을 위한 인력확충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려면 의료보험 수가조정 등 정부 차원에서 풀어줘야 할 일이 있다”며 “이를 위한 의견수렴 창구의 의미로서 노동부라는 조정자는 환영한다”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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